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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monan.stone 2016. 9. 17.

“제게 모든 것을 내려 주신 하느님이시여, 어찌하여 당신은 그 절반 정도를 남겨 놓으시고, 나머지는 자신감과 자족감으로 채워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좋은 집에서 태어나 배운 것이 많고 예술적 교양이 풍부하며 언뜻 보기에 부족한 것이 없어보이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감과 자족감이 부족한 탓에, 좋은 집에서 태어났지만 더 좋은 집안의 귀족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학식과 교양이 뛰어나지만 조직 생활을 견뎌내지 못하며, 따라서 돈도 잘 벌지 못해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 참으로 무능한 남자입니다. 그는 결국 그를 괴롭히는 이 모든 것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전원생활을 하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 고독이라는 자유 시간을 즐깁니다. 



자칫 오늘날의 은둔형 외톨이로 보일 수 있는 이 우울한 베르테르는 그나마 그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대상을 세가지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이 나름 풍요롭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과 어린 아이들의 순수, 그리고 로테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소유를 주장할 수 없는 자연과 어린 아이들과는 달리 이미 정혼자가 있는 로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자기 만족을 모르는 베르테르는 지독한 슬픔에 빠집니다. 게다가 정혼자 알베르트는 인격적인 면에서나 사회적 지위, 능력, 재력 등, 모든 점에 있어 완벽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동생들의 엄마 노릇을 해 온 로테의 남편감으로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혼자의 이미지는 베르테르의 피해의식에서 만들어진 환영일 수도 있습니다. 베르테르 또한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이같은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종종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지. 그리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은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어떤 이상적인 안락까지 누리고 있다고 여긴다네. 이렇게 하여 완전하게 행복한 사람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지.”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베르테르는 마침내 정혼자의 총을 빌려 자결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로테나 그 정혼자에 대한 복수심이거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닙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일도 할 수가 없는” 불안한 게으름을 견딜 수 없었던 베르테르가 “갑자기 자유로운 시간을 견딜 수 없어서 안장과 마구를 얹어 달래 가지고 한없이 달리다가 쓰러져 죽은 말”처럼 미친 듯이 죽음을 향해 돌진해 갈 수 밖에 없었던 주체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열정이 그 원인입니다.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데, 권총을 좀 빌려 주시겠습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실제 괴테가 흠모했던 친구의 부인 샤를로테 부프와의 경험과 그 친구의 총을 빌려 자살한 친구 카를 빌헬름 예루살렘의 사건이 모티프가 된 소설입니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괴테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괴테가 밝히듯 자신의 이야기 그대로를 옮겨 놓은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들-몇 통은 로테에게 보낸 편지들-과 이 유품들을 정리한 어느 편집자가 베르테르의 죽음을 보고하는 마지막 장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마지막 장은 베르테르의 열정적인 내면을 묘사한 서정적인 편지들에 비해 무척 건조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자살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 방법들은 아마도 대부분 한 개인에 대한 이해보다는 사건 자체의 선정성에 귀를 기울이는 마지막 장과 같은 형식이겠지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요한 볼프강 폰 괴테


'베르테르 증후군'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이끌었던 이 책의 파급효과와는 달리, 아이러니컬하게도 괴테는 이 소설을 쓰고 나서 그를 괴롭혀 오던 자살 충동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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