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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PICKS4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게 모든 것을 내려 주신 하느님이시여, 어찌하여 당신은 그 절반 정도를 남겨 놓으시고, 나머지는 자신감과 자족감으로 채워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좋은 집에서 태어나 배운 것이 많고 예술적 교양이 풍부하며 언뜻 보기에 부족한 것이 없어보이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감과 자족감이 부족한 탓에, 좋은 집에서 태어났지만 더 좋은 집안의 귀족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학식과 교양이 뛰어나지만 조직 생활을 견뎌내지 못하며, 따라서 돈도 잘 벌지 못해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 참으로 무능한 남자입니다. 그는 결국 그를 괴롭히는 이 모든 것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전원생활을 하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 고독이라는 자유 시간을 즐깁니다. 자칫 오늘날의 은둔형 외톨이로 보일 수 있는 이 우울한 베.. 2016. 9. 17.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 2011) 보면서 즐거운 영화가 있는가 하면, 읽어서 즐거운 영화가 있습니다. '토리노의 말 The Turin Horse'은 분명 읽으며 보았을 때 즐거운 영화입니다. 물론 제한된 공간과 인물로 이야기의 밀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나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앵글, 사이즈가 느껴진다면 '토리노의 말'은 보면서 즐거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7시간 대작 '사탄탱고 Satantango'로 유명한 헝가리 영화감독 벨라 타르 Béla Tarr가 마지막 작품일 것이라고 공언한 '토리노의 말'은 니체의 정신착란이 시작된 에피소드에서 출발합니다. 거리에서 한 마부가 도무지 움직이려들지 않는 말을 심하게 채찍질 해대자 니체는 마부를 제지하더니 말을 끌어안고 크게 통곡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니체는 정신착란(혹자는 치매)이 서서히 .. 2016. 9. 10.
시저는 죽어야 한다(Ceasar Must Die, 2012) 파올로 비토리 타비아니 형제의 신작 '시저는 죽어야 한다(Ceaser Must Die)'입니다. 2012년 제62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이 작품은 요즘처럼 러닝타임 2시간, 3시간에 육박하는 대작들이 관객의 진을 빼놓는 와중에 러닝타임 단 76분으로 끝나는 희귀한(?) 영화입니다.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와 관련이 있습니다.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의 유명한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유명한 대사는 시저의 '브루투스, 너마저...'도 있습니다.) 영화 전체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연극과 영화, 교도소와 무대, 구속과 자유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며 라는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됩니다. 주요 배역은 실제 교도소에 복역 중.. 2016. 9. 10.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 하나 얼씬도 않는군. 정말 견디기 힘든 걸. 아일랜드 출신으로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한 사무엘 베케트의 가 그리는 세계에는 목 매달기 딱 좋은 나무 한 그루, 잘 벗겨지지 않는 에스트라공의 구두, 그리고 생각하게 하는 블라디미르의 모자가 등장합니다. 의미없는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주인공들은 누군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종결시켜 주길 바랍니다. 사실 그들이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쓰고 생각이란 걸 하면 신고 있던 (에스트라공의) 구두를 벗고 나무에 목을 매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며 생각 자체를 피하고 에스트라공은 구두가 벗겨지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만 합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나무를 바라보며 실체를 .. 2016. 9. 10.